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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BTS story

BTS 한국어로 노래한다는 것

남산토끼 2020. 2. 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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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 나오고 주말 내 귀호강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한국어 노래인데 문득 얼마 전에 읽은 기사가 생각나서 정리해봅니다. 지난 그래미 퍼포먼스를 하던 날 인터뷰에서 이번 새 앨범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도 한국어로 노래하느냐는 것이었죠. RM은 그렇다고 했습니다.(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질문과 답일 수도 있지요). BTS는 항상 한국어로 노래해왔고 이번 앨범도 한국어로 노래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영어가 조금 포함되긴 하지요. 한국어 노래가 당당히 메인 팝 차트에 오르는 것이 자랑스럽고 좋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동안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음악적 편향성은 없었는지 이 글을 읽으면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2020. 2. 10. TheConversation이라는 호주 잡지에 실린 기사입니다. 


BTS are winning hearts the world over - but we are still wary of language diversity 

 

2017년, 토니왓슨은 바이런베이(Byron Bay)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었습니다. 2년 후 "톤즈 앤 아이"(Tones and I)로 활동하며 그녀의 노래, 댄스 몽키(Dance Monkey)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듣는 곡이 되었죠. 현재까지 10억번 스트리밍 되었습니다. 지난주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스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이었고 50개 이상의 시장에서 스포티파이(Spotify) Top 10안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차트에서의 성공은 대체로 영어 가사의 히트로 한정됩니다. 음악접근방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팝송(대중음악)은 세계화 측면에서 다른 산업에 뒤쳐지고 있는데요, 특히 언어라는 조건 때문에 그렇습니다.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가 언급했듯이 안정적인 국제관계는 교역의 국제화로 이어집니다.이것은 관광산업에서 분명한데요, 지난 10년간 매년 세계 여행객의 숫자는 10억 이하에서 15억까지 증가하였습니다.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9백만 명의 중국 팔로워를 가지고 있고요. 식당에서는 점차 더 다양한 나라의 음식메뉴를 맛볼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반면 뮤지션들이 여행할 수 있는 것만큼 음악도 더 빠르게 멀리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만, 기술(technology)은 라이브공연과 음악을 분리시켰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음악과 음악 유통을 즉각적이고 무한하게 만들었고 음악의 디지털화는 이런 특징을 더 강화하였습니다. 

 

하지만 음악유통은 일방향적 것이었습니다. 영어로 된 노래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지만 영어가 아닌 언어의 노래는 영어권 국가에서는 거의 차트에 진입하지 못합니다.  비영어권국가에도 많은 히트메이커가 있긴 합니다. 스칸디나비아 출신 A로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인 아바(Abba),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 아하(A-Ha), 아쿠아(Aqua), 아비치(Avicii)는 영국과 호주에서 모두 1위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영어로 노래합니다. 

영국에서 1953년 이래로 1위를 차지한 곡은 1300개 이상이지만 그 중에서 단지 10곡만 영어가 아닙니다. 1969년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와 제인 버킨(Jane Birkin)이 부른 Je t'aime... moi non plus가 첫 번째 외국어 1위 곡이었지요. 

 

가장 최근의 곡은 2012년 한국어로 된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저스틴비버(Justin Bieber)가 참여한 루이스 퐁시(Luis Fonsi)와 대디 양키(Daddy Yankee)의 스페인어 노래 'Despacito'가 있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10억 뷰를 넘긴 뮤직비디오였습니다. 

 

호주는 공용어없이 1개 언어 이상을 사용함에도 외국어로 된 1위 곡은 8곡 밖에 없었습니다.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수상의 플레이리스트(Playlist)는 전형적인데요, 100곡 중 영어가 아닌 곡은 호주 원주민 토착어(Yolŋu Matha)를 쓰는 된 베이커보이(Baker Boy)의 노래 2곡뿐이었습니다. 

 

불어나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보다 아시아 언어를 사용하는 호주사람이 더 많지만, 호주 음악차트에서 만다린, 캔톤어, 일본어로 된 노래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습니다. 반대로 스위스에서 비틀스, 아바, 마돈다, 에미넴, 리하나는 모두 다섯 번 이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서양에서 아시아 언어로 된 앨범이 차트에 들기 시작하면서 팝 음악(대중음악)이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창구가 되고 있습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으로 짤막한 영어 가사와 댄스 안무를 포함한 전형적인 케이팝은 더 많이 차트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어로 노래하는 BTS의 맵오브더소울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는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 앨범 차트에서 탑을 차지하였습니다. 6억 8천만뷰에 이르는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는 부분적으로 영어가 쓰이고 미국 가수 할시(Halsey)와 협업했습니다. BTS는 아니지만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도 앨범 'Kill This Love'로 차트에 올랐고 일본의 베비 메탈(Babymetal,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은 제이팝과 헤비메탈을 믹스한 메탈 갤럭시(Metal Galaxy)로 영어권 차트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곡보다 미국가수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의 앨범이 더 많이 팔렸는데 빌리 아일리시의 데뷔 앨범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는 영어권 앨범 차트뿐만 아니라 15개 비영어권 음악시장에서도 탑을 차지했습니다.

 

지금은 싱글이나 앨범을 사거나 라디오를 듣는 것 말고도 음악을 소비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잠재적으로 음악소비의 방식은 다양해지겠지만 아직은 여전히 일방향적인 음악 소비로 보입니다. 

댄스 몽키는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되는 뮤직비디오입니다. 유튜브는 대표적인 음악 소비 수단이죠. 그리고 여기에는 언어적 불균형도 분명합니다. 영국 Top 10 뮤직비디오는 모두 영어노래이고 호주, 뉴질랜드, 미국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많은 비영어권 국가의 음악팬들은 톤즈 앤 아이, 빌리 아일리시, 에미넴, 저스틴 비버 같은 아티스트들의 곡들도 듣습니다.

 

팝(대중) 음악은 글로벌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균형은 필요합니다. 음악적 교환이 거의 없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음악 사운드를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니까요. 스포티파이(Spotify)는 "음악의 가장 민주적인 시대'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이미 좋아하는 노래와 유사한 노래를 안내하는 방식은 이런 추세를 역전시키기보다 대중음악의 단일 언어 소비를 장려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사업설명회에서 방시혁대표도 언어에 대한 점을 언급했었죠. 한국어로 된 BTS의 노래를 외국 팬들이 따라 부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국어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팬 활동에 대한 것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음악 소비의 일방향성을 알고 있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시간이 길었습니다. 기사를 보니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낸 BTS가 더 놀랍기만 하네요. 한국어로 노래하고 전 세계에 감동을 주는 BTS의 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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