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Homeland
다시보는 방탄소년단(BTS) 슈가의 '수능 후기' 본문
코로나 19의 팬데믹 상황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시험날이 돌아왔습니다. 올해 수능을 보는 조카가 2명이나 있네요^^;; 조카들과 전국의 모든 수능시험 보는 수험생들을 응원하며 2015년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가 트위터에 올렸던 수능 후기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매년 수능이 오면 생각나는 슈가의 트윗이죠*^^*
BTS_twt. 2015. 11. 11.
안녕하세여 슈간데여
오늘이 2015 대입 수능 전날이다 보니 제가 수능 쳤던 해 수능 전날이 생각나네여
대구에서 올라온 지 딱 일 년 하고 며칠 지난날이었는데 부모님이랑 떨어져 살다 보니 도시락을 싸줄 사람이 없었죠 하하하
그래서 수능장 가기 전에 김밥이나 사가야지 하면서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요
서울 올라오면서 공부랑 멀어졌다 생각했는데 꼴에 수험생이라고 크크크크 크
잠이 안 와서 몇 시간을 뒤척거리는데 밖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리더라구
그래서 아 얘네가 도시락을 싸고 있구나 생각을 했쥬
근데 깨있기도 오래 깨있었고 도시락 싸는 거 다 알고 있는데도 문밖으로 못 나가겠더라고요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두 그냥 자는 척 했쥬. 중간중간에 깨있나 확인도 하더라구여 껄껄 열심히 자는 척함
멤버들 중에 처음으로 수능 치는 거다 보니 얘들도 떨렸나 봄. 나 보다 지들이 더 난리 났었음요 ㅋㅋ
솔직히 그때 화장실 가고 싶어서 힘들었음 모른척하는 건 더 힘들었고 ㅋ
머 여튼 그래서 도시락 받아 들고나가는데 동생들이 시험 잘 치라고 화이팅을 해줬었음.
그땐 내가 숙소에서 맏형이었으니 다 동생이었지 미안 오타 났네 반신욕 하면서 타이핑한 거라 이해 바람요
아침 일찍 수능장으로 가는데 괜히 떨렸음
수능장이 다행히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옆 학교라서 걸어갔음
목도리 칭칭 감고 데뷔 초에 자주 하고 다니던 회색 목도리 그거였음
정확하게 기억함 그 있잖아 회색 칭칭 감고 다니던 목도리
그거 나 서울 올라오기 전에 엄마가 사준 거였음 ㅇㅇ
뭐 여튼 그래서 가로수길 가로질러서 수능장을 가는데 진짜 시간이 느리게 갔음
슬로우 모션처럼 17살 때부터 작업실 스튜디오 오가면서 솔직히 공부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런 나마저도 떨리더라구여
저도 그렇게 떨렸는데 얼마나 떨리겠슴꽈
여러분들은 수능장 들어갈 때 녹차랑 뭐 초콜릿 사탕 뭐 이런 거 주는데 하나 주길래 하나 더 달라고 하고 들어갔음요
여러분들도 하나 더 받아서 들어가세여
오타 장난 아니네요 방수팩 해도 수증기가 장난 아니네요. 이거 눌러도 저거 눌러짐요
여튼 동생들이 신신당부하며 꼭 점심시간에 도시락통 까보라고 해서 점심시간 때까지 안 까고 기다리고 있었음요
점심시간 때 도시락통을 깠는데 닭가슴살 요리랑 밥이랑 비엔나소시지 계란말이
연습생 때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냥 숙소에 있는 재료로 해줬는데 혼자 진짜 맛있게 먹었음
다 식은 닭 가슴살 씹기도 힘든데 맛있게 먹었음. 근데 도시락통 옆에 에이포 용지가 여러 장 있었음
뭐지 하면서 보는데 편지였음. 편지지 살 돈도 없어서 숙소에 굴러다니는 에이포 용지에 편지 써서 준거였음
솔직히 좀 감동, 아 안움, 진짜로 그렇게 수능 시험 다 치고 운동장 가로질러서 나오는데 다시 편지 읽으면서 나옴
그 학교 운동장 넓어서 한참 걸었음
수능 치고 나오는 다른 애들은 막 부모님이 태워가고 친구들끼리 수능 끝났으니 어디 가자 막 그러는 게 다 들렸음
혼자 회식 목도리 칭칭 두르고 다시 가로수길 가로질러가는데 나 혼자 흑백인 기분. 올 때보다 갈 때가 더 멀어 보였음
걸어가는데 수십수만 가지 기분이 들더라. 12년 학교생활이 드디어 끝난 건가 싶기도 하고 재들은 좋겠다 난 연습하러 가야 하는데 아 나도 부모님이랑 밥 먹고 싶다 뭐 이런 생각들?
걸어서 숙소 갔는데 동생들이 시험 잘 봤냐고 물어보더라. 잘 봤을 리가 있겠나 그냥 시험지 잘 보고 왔다고 했다
시험 치고 온 그날도 못 잤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허무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음
나도 그랬는데 너희라고 안 그럴까 그러니 긴장하지 말고 떨지 말고 차분히 시험 봐라
모르면 3번 찍고 솔직히 학창 시절 기억에 남는 일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이야기한다
진짜 기억이 안 난다. 18살 이후의 학창 시절은 특히 더.
18살 때부터 고등학생 2학년, 고등학생 3학년이 아니라 연습생 1년 차, 연습생 2년 차였었다
진짜로 수능장 갈 때 떨렸던 게 사실 설렜던 거였을지도.. 18살 이후론 수학여행이고 소풍이고 못 갔었으니..
내일 수능 치고 마음껏 놀아라. 잘 치든 못 치든 12년간 지겹도록 경쟁만 했으니 놀아야지. 술은 먹지 말고 아직 미성년 자니까. 20살 되면 마시셈. 난 수능 치고 그 날 연습했음. 진짜로. 그리고 숙소에서 다 같이 밥 먹었음
그렇게 수능 치고 멍하게 며칠 있으니까 스무 살. 나의 스무 살 1월 1일은 술도 아니고 클럽도 아니고 가족과 함께 부산에 간 거다
진짜 바다밖에 안 보이는 이상한 곳이었음. 유배당한 기분. 난 스무 살 되면 진짜 뽕하고 인생이 스펙터클해지는 줄 알았다
근데 안 그러더라. 수능도 그렇게 스무 살도 그렇고 다 특별할 줄 알았는데 별거 없었다, 진짜.
그러니까 떨지 말라고 별거 아니니까 주관식 모르겠으면 0 아니면 1이라더라
난 0으로 했던 거 같다. 맞았는지 틀렸는지 기억도 안남
진짜 별거 아니다. 그니까 떨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만큼만 하고 와라
아침에 부모님이 태워주신다고 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타고 가고 괜히 짜증 내지 말고
수능 못 칠 수도 있지.
하지만 이왕 치는 거 잘 치고 와라
2016 대입 수능 다들 대박 나고 답 밀렸다고 울지 말고 정신 차리고 마킹하고 이제 우유랑 상추 먹고 자려고 해야지. 한 열한 시나 열두 시에 잠들 테니 얼른 우유랑 상추 먹고 자라.
잘 자고 시험 잘 쳐라 화이팅 빠이빠이
수능날도 연습했다는 사실에 볼 때마다 놀랍니다. 오늘의 성공이 그냥 온 것이 아니죠.
고3 때는 수능이 정말 특별하게 생각되겠지만 인생에서 만나는 여러 이벤트 중의 하나였을 뿐이라고.. 기왕이면 잘 보고 생각처럼 잘 보지 못해도 계속 씩씩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죠.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인 슈가가 빨리 회복해서 완전체 방탄소년단(BTS)으로 활동하는 모습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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